나라의 마지막 희망; 그리고 나아가야할 방향

Sookwan Han / 2025.04.17


한국은 끝났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아니다. 나는 이 글에서, 이 나라가 가진 마지막 희망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어디인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로봇이 불러올 새로운 질서

Our enemies are all around us. In so many futures, they prevail. But I do see a way. A narrow way through. - Paul Atreides, Dune 2
고대에서 지금까지, 나라의 국력은 인구수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았다. 사람이 많아야 만리장성도 가능했고, 피라미드도 가능했다. 국가가 벌일 수 있는 일의 규모는 결국 ‘얼마나 많은 사람을 동원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생산성의 상한은 인구수에 비례했고, 자연스럽게 인구수는 국력의 중요한 변수로 간주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국력 중 ‘생산’ 파트에서 인구수는 절대적인 변수였던 것이다.

그런데 AI가 결합된 로봇이 등장한 이후의 사회는 어떨까? 그때부터는, 국력의 ‘생산’에서 인구수는 더 이상 절대적인 변수가 아니게 된다. 즉, 작은 나라도; 로봇을 제작할 자원만 충분하다면; 인구의 한계 없이 큰일을 벌이고 그것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로봇이 부족한 노동을 채우고, AI가 그것을 조율하며, 비어 있던 유지자의 역할도 점차 로봇이 맡기 시작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국력의 공식에서 ‘인구수’라는 변수는 이제 빠지게 된다. 이건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국제 질서와 국가 구조의 근본적인 룰이 바뀌는 시작점이다. 국제정치와 국가경제의 작동 방식이 새롭게 재편된다는 뜻이다.



저출산의 전략적 이점

In the old economy, being small was a disadvantage. In the robot economy, being small is a superpower. The demographic crisis everyone fears will become the strategic advantage nobody saw coming. - From talk with KD
새로운 질서에서는 인구수가 적은 국가들이 경쟁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다.

기존의 패러다임, 즉 인구수가 곧 생산성과 직결되던 시대에는 사람이 많은 나라가 유리했다. 국력은 동원 가능한 인구 규모로 측정되었고, 인구는 국가 존속의 기반이었다.

그러나 인구는 양날의 검이다. 규모가 크다는 것은 곧 복잡성의 증가를 뜻한다. 빈부 격차는 심화되고, 이해관계는 얽히며, 의견은 분열되고, 국정 운영은 어려워진다. 규모가 커질수록 의사결정은 느려지고, 부작용도 커진다. 대규모 집단일수록 관리와 갈등 비용도 함께 증가한다.

반면, 작은 집단은 민첩하다. 스타트업이 대기업보다 빠르게 시장에 적응하듯, 국가 역시 ‘Lean Nation’으로서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다. 질서가 해마다 재편되는 이 전환기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 자산은 ‘생존성’과 ‘적응력’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국력의 새로운 기준은 단순한 인구 수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혁신 인구’로 기능할 수 있는가다. 즉, 기존 체계를 유지하는 인구 (유지자)가 아닌,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확장할 수 있는 인구 (확장자)가 핵심이다.

과거에는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 대규모 인구가 필수였기에, 저출산은 곧 국가 존망의 위협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수의 ‘혁신 인구’만으로도 국가를 유지하고, 생존과 번영을 도모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다시 말해, 저출산은 더 이상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절대적인 요인이 아니다.

이 상황에서 저출산에 의한 인구 감소는 위기가 아니다.(*) 오히려, 기민성과 전환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적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인식의 전환과 기술 실행력이 필요하다.

이 변화의 핵심은 AI 기반 로봇의 안정적 보급이다. 민첩성은 단지 결정의 속도가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물리적 기반; 즉, 로봇 기반의 유지자 체계;와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유효하다. 대한민국은 이러한 구조를 효율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제조업, 국방 등 대규모 인력이 필요한 분야는 점차 로봇이 대체하고, 사람은 점점 유지자에서 확장자로 이동한다.(**) 이는 곧 ‘혁신 인구’의 실현이자, 국가 생존 모델의 전환이다.


(*) 물론, 장기적으로 저출산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어야 한다. 혁신인구수 자체가 영향을 받을 만큼 인구 기반이 무너진다면, 그때는 이미 늦은 시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로봇이 해결되면 저절로 해결될 문제라고 본다. 가장 중요한 문제가 해결되면, 저절로 희망의 불씨가 사회로 퍼질 것이고, 미래에 대한 희망은 출산율의 반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 이를 위해선 사회적 안전망과, 확장자 전환을 뒷받침할 교육 시스템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아래 6번재 조건 참고)



버틴다면, 대한민국은 어느 때보다 강해질 수 있다

When God wanted to make a king out of David, he didn't give him a crown. He brought him Goliath. - Anonymous
대한민국은 새로운 질서에서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다. 감히 단언하건대, 현재의 고난을 견뎌내고 아래 몇 가지 핵심 조건만 끝까지 유지한다면, 우리는 위기를 극복하는 것을 넘어 경제대국이 되는 것도 결코 비현실적인 목표가 아니다. 이미 우리는 전환을 위한 기반을 상당 부분 갖추었으며, 결국 필요한 것은 단 하나: 버티는 힘이다.

다음 6가지 조건을 지키며 로봇이 안정적으로 정착할때까지 버텨야 한다.



1. 제조업 기반의 유지

제조업은 대한민국이 수십 년간 축적해온 가장 전략적인 자산이다. 노동집약적 환경 속에서 고부가가치, 고숙련 중심의 제조 생태계를 일궈냈고, 이는 단순한 산업 기반을 넘어 국가의 생산 정체성과 전략 자율성의 근간이 되어 왔다.

이제 로봇이 이 위에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과거의 노하우는 디지털화되어 영구적인 기술 자산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는 한 번 확보되면 소멸하지 않는 형태의 국가 역량이다. 미국이 제조업 복귀에 사활을 거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제조업은 정밀도와 고도화 측면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자동화하고 내부에 보존할 수 있다면, 우리는 꺼지지 않는 국가 동력원을 확보하게 된다.

다만 중요한 것은, 새로운 시대로 전환되기 전까지 이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제조업 인력의 이탈을 막고, 핵심 기술과 현장을 국내에 유지하는 것이 필수다.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전략적으로 감내하면서, 국내 제조 생태계의 연속성과 정합성을 지켜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 내 대규모 제조 투자에 대해서는 일정한 우려가 따른다. 기업 입장에서는 타당한 결정일 수 있지만, 국가 전략 차원에서는 잠재적인 영구 자산을 타국에 이전하는 선택이 될 수 있고, 이는 장기적으로 회복 불가능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2. 기술적 자주성: 로봇 기술

로봇 기술은 단순한 산업 자동화가 아니다. 그것은 제조업에 축적된 노하우를 코드화하고, 산업의 DNA를 디지털 시대에 이식하는 작업이다. 이 기술의 통제권이 외부에 있을 경우, 기존의 자산은 오히려 우리를 위협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 특히 군사적 응용이 가능한 기술이라면, 그 위험은 훨씬 더 커진다.

경제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저출산 사회에서 로봇 의존도는 극단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제조업, 치안, 국방 등 전 분야에서 로봇이 투입되는데, 그 기반 기술이 외국에 있다면 이는 곧 막대한 국부 유출로 이어진다.



3. 기술적 자주성: 학습형 AI 반도체

AI 반도체, 특히 학습형 반도체는 단순한 부품이 아니라 국가 전략의 중추다.

첫째, AI 반도체는 우리가 얼마나 빠르게 로봇 기술을 반복 개선(iterate)하고, 새로운 시대에 도달할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 전환 시점을 앞당길수록 우리는 더 짧게 버티면 되고, 그만큼 위험과 비용도 줄어든다. 반대로 이 기술을 외부에 의존하게 되면, 도입 속도는 느려지고, 새로운 게임에 진입하는 시점은 지연된다. AI 반도체는 새로운 시대의 도달 시점을 결정짓는 수단이다.

둘째, 로봇은 단발성 기술이 아니라 지속적인 적응과 학습을 필요로 한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반복 학습이 필연적이며, 이 모든 연산은 결국 AI 반도체 위에서 이루어진다. 이 기반이 외부 기술에 종속되면 반복될수록 비용은 누적되고, 결국 거대한 국부 유출로 이어진다. 특히 로봇이 사회 전반에 확산될수록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4. 모든 나라가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를 제시해야 함

한 국가의 성장이 타국의 손실로 인식되는 순간, 그 성장은 필연적으로 견제를 받는다. 반대로, 대한민국의 성장이 미국, 일본 등 타국의 이익과 맞물려 있다면, 그들은 최소한 이를 방해하지 않을 것이며, 때로는 적극적으로 밀어줄 것이다.

이 구조를 설계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로봇과 AI 반도체다. 글로벌 공급망과 자본 흐름을 고려할 때, 이 두 산업은 전략적으로 조정 가능한 위치에 있다.

Best monopolies don’t look like monopolies. Make one’s dominance everyone else’s competitive advantage. – From talk with KD
한국이 독점하는 구조가 아니라, 한국의 성공이 타국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구조. 대한민국이 강해질수록, 다른 나라들도 그 혜택을 함께 누리게 되는 구조. 대한민국에 반하는 선택이 곧 자신의 번영에 반하는 선택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5. 국가 주도 투자의 복귀

한강의 기적은 국가 주도 투자에서 시작되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은 투자 시장의 규모, 지정학적 리스크, 정치적 불확실성 등의 요인으로 인해 민간 자본만으로는 장기 전략을 추진하기 어렵다.

미국처럼 글로벌 자본이 유입되는 구조가 아닌 이상, 대한민국이 기술적 대전환을 추진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은 국가 주도 투자뿐이다.

성과가 가시화된 이후에는 점진적으로 민간과 해외 자본을 유도할 수 있겠지만, 시작은 반드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6. 그 다음 시대를 위한 준비 해당 글 참고: 모두가 자신의 꿈을 쫓는 시대



마지막 말

The Last Shall Be First - Matthew 20:16
나를 죽이지 않는 것은, 결국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고난과 역경은 축적되어 경험이 되고, 실패와 아픔은 결국 가장 단단한 자산으로 바뀔 것이다.

미래는 도망치는 자가 아니라, 맞서는 자의 편에 선다. 새로운 게임이 시작되면, 우리는 날개를 달 것이다. 그때까지 살아있기만 하면 된다.


* Special thanks to my friend KD, whose thoughtful feedback greatly enriched this piece.